벌써 일년 딱 일년입니다. 당신의 발걸음이 끊긴 헛간채 입구에는 그새 댑싸리가 돋아 문지기 노릇을 합니다. 알곡을 털고 처마에 내걸어 말린 수수 모개도 더 이상은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아 빗자루로 매어지지 못했습니다. 벌써 일년, 오늘은 추석이 아니라 당신을 추억하는 날입니다.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16.09.15
허물 앞다퉈 허물을 벗고 나와 요란하게 여름을 노래하던 매미들은 죄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허물 잔뜩 짊어진 나무둥치가 짧은 생애만큼 치열했던 매미들의 여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매미 이 녀석들, 제 허물을 왜 애먼 나무둥치에 남겨놨담? 우리는 제 허물을 남에게 미루지 말자. 잘못.. 사진 그리고 단상 2016.09.13
제2롯데월드타워 누군가는 저 높이와 크기가 경이롭기도 하겠으나, 나에게는 그저 차곡차곡 쌓아올린 탐욕으로 보일 뿐이다. 유난히 투명한 날, 인간의 탐욕이 더욱 선명하게 하늘을 찌른다.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16.08.27
해바라기라면서... 해바라기라며! 동서남북을 다 쳐다보고 있으면 그럼 도대체 해가 어디에 있다는 건데!!! * 해바라기는 국화과에 속하는 일년생 식물로, 꽃은 두상화이다. 해바라기속에 속하는 다른 여러해살이풀도 보통 해바라기라 부른다. (중략) 꽃이 태양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는 성질(굴광성)이 있다... 사진 그리고 단상 2016.07.14
면도를 하며 면도를 하며 서걱, 밤새 자라난 욕망을 벤다 잘라도 잘라도 내 안에 단단히 뿌리 내려 아침이면 우거지는 욕망 철들면서 내 몸이 키우기 시작한 욕망은 날마다 나를 지배했다 내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그것은 잠들지 않아 눈을 뜨면 이미 거칠게 자라나 있었다 욕망이 클수록 누르는 힘.. 사진 그리고 단상 2016.06.22
삐비의 경제학 삐비의 경제학 배곯는 게 일상이던 시절 어른들은 그랬지 배 꺼질라, 밥 먹었으면 뛰지 말고 누워 있어라 그런다고 애들이 말을 듣나 쇠똥 떨어진 자리에 통통하게 돋은 삐비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느새 밭둑으로 묏등으로 쏘다니며 삐비를 한 주먹씩 뽑았지 배운 머리로 삐비의 경제.. 사진 그리고 단상 2016.04.22
제비꽃 제비꽃 살아생전 당신과 새끼들 삶 건사하기만도 벅차 화초 따위엔 손길 한 번 안 준 사람이라고 어머니가 그러시던데 무덤에 누워서야 꽃 가꾸는 호사를 누리시나 가신 뒤 첫 봄부터 제비꽃 바삐 피워 올리셨네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16.04.21
감을 따며 감을 따며 똑, 아버지께서 만들어 두신 간짓대로 감을 딴다. 간짓대 끝 벌린 틈에 감 달린 가지를 넣고 돌리면 때로는 홍시 같이 달착지근한 추억이 내려오고 또 때로는 생감 숭어리 같은 떠러운 기억도 푸지게 따라온다. 실은 근년에 감 따는 아버지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에서.. 사진 그리고 단상 2015.11.05
다섯 남매의 '아주 특별한' 아버지 이야기 북에서 오신 아버지는 평범한 농민으로 일생을 사셨으나 그 일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소를 끌고 넷째아들이 리어카를 모는 이 사진은 1982년 둘째아들이 촬영한 것입니다. 다섯 남매의 ‘아주 특별한’ 아버지 이야기 누구에겐들 아버지가 특별하지 않겠습니까만, 제 .. 사진 그리고 단상 2015.09.22
세상은 나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세상은 나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작은 부상을 핑계하여 여름 내내 집과 회사만 오가다 하늘빛이 너무 좋은 데다 그 부상이 거의 나아가매 재활훈련을 겸하여 회사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지난 두 달 가까이 공원에 발걸음 하지 못했음에도 망초와 닭의장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 사진 그리고 단상 201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