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삐비의 경제학

몽당연필62 2016. 4. 22. 08:18

 

 

삐비의 경제학

 

배곯는 게 일상이던 시절 어른들은 그랬지

배 꺼질라, 밥 먹었으면 뛰지 말고 누워 있어라

 

그런다고 애들이 말을 듣나

쇠똥 떨어진 자리에 통통하게 돋은 삐비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느새 밭둑으로 묏등으로 쏘다니며 삐비를 한 주먹씩 뽑았지

 

배운 머리로 삐비의 경제성을 따지자면야

배부르지도 않은 것 뽑아 껍질 까느라 열량 소모하고 신발 닳느니

방안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게 과연 경제적이겠다

 

그러나 연봉 적잖이 받는 사람이 돼서야

삐비가 지닌 대단한 경제성을 깨달았으니

그것이 눈에 띄면 나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네

 

보드랍고 달착한 꽃이삭 속살에

사오십 년 전 추억으로 순식간에 달려갈 수 있는

엄청난 열량의 에너지가 담겨 있지 뭔가!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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