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의 경제학
배곯는 게 일상이던 시절 어른들은 그랬지
배 꺼질라, 밥 먹었으면 뛰지 말고 누워 있어라
그런다고 애들이 말을 듣나
쇠똥 떨어진 자리에 통통하게 돋은 삐비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느새 밭둑으로 묏등으로 쏘다니며 삐비를 한 주먹씩 뽑았지
배운 머리로 삐비의 경제성을 따지자면야
배부르지도 않은 것 뽑아 껍질 까느라 열량 소모하고 신발 닳느니
방안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게 과연 경제적이겠다
그러나 연봉 적잖이 받는 사람이 돼서야
삐비가 지닌 대단한 경제성을 깨달았으니
그것이 눈에 띄면 나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네
보드랍고 달착한 꽃이삭 속살에
사오십 년 전 추억으로 순식간에 달려갈 수 있는
엄청난 열량의 에너지가 담겨 있지 뭔가!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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