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따며 똑, 아버지께서 만들어 두신 간짓대로 감을 딴다. 간짓대 끝 벌린 틈에 감 달린 가지를 넣고 돌리면 때로는 홍시 같이 달착지근한 추억이 내려오고 또 때로는 생감 숭어리 같은 떠러운 기억도 푸지게 따라온다. 실은 근년에 감 따는 아버지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에서 택배로 감 박스를 받아보며 양이 많네 적네 상품성이 있네 없네 했을 뿐 자식들 먹일 것에 약 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을 지극한 사랑도 헤아리지 못했다. 똑, 똑, 이제 머리 허연 아들들이 모여 서툰 간짓대질을 한다. 그러면서 저마다 아는 체 한다. 감나무는 가지를 분질러 줘야 해거리를 안 한다고, 까치 먹을 것 두어 개는 꼭 남겨둬야 한다고. 아, 그런데 문득 알겠다. 까치밥은,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이제는 홀로 지내실 우리 어머니도 꼬꿉쟁이가 아니라는 증표가 되는 것임을…. /몽당연필/ * 숭어리=열매나 꽃 따위가 굵게 모여 달린 덩어리 * 떠러운=떫은 * 푸지게=흡족하게 많이 * 꼬꿉쟁이=인색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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