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세상은 나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몽당연필62 2015. 9. 10. 16:47

 

세상은 나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작은 부상을 핑계하여 여름 내내 집과 회사만 오가다
하늘빛이 너무 좋은 데다 그 부상이 거의 나아가매
재활훈련을 겸하여 회사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지난 두 달 가까이 공원에 발걸음 하지 못했음에도
망초와 닭의장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라
하얗고 파란 꽃을 예사로이 피워내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지혜로 세상을 살아가고
골 앓는 세상사도 때가 되면 알아서 해결될 터인데
혹 지금까지 너무 못미더워하고 조바심 내지는 않았을까.
너무 서두르고 너무 닦달하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여린 듯 대찬 모습으로 길섶을 차지한
망초와 닭의장풀이 말을 걸어온다.
당신의 부재에도 우리는 때 되면 알아서 꽃 피우고 열매 맺는다고
당신이 참견하지 않아도 세상은 알아서 잘만 돌아간다고
그러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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