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희가 희망이다 이제는 너희가 희망이다 한때, 아니 어쩌면 아주 오랜 세월, 보리가 희망인 적이 있었다. 봄은 긴 해만큼이나 배고픈 날들도 길게 이어지는 넘기 힘든 고개였다. 풋보리를 불살라 입 주위가 까맣도록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여문 보리는 방아 찧어 밥을 짓거나 공판에 내어 돈을 사기도 했으며, 보릿겨.. 사진 그리고 단상 2009.04.15
해남 우항리 공룡 발자국과 퇴적 지층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에는 켜켜이 쌓인 퇴적 지층과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다. 수천만 년 전에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쌓여 생성된 지층과 공룡, 익룡, 새의 발자국들이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벽돌이나 스티로폼을 쌓아놓은 듯한 퇴적 지층은 수백 m나 길게 띠를 이루며 이곳에 얼마나 잦.. 사진 그리고 단상 2009.03.15
봄은 어느 길로 올까 봄은 어느 길로 올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 뿐, 숲속은 아직 잔설이 차지했고 개울물도 소리 높여 흐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짙은 어둠이 새벽을 예비하듯, 겨울이 끝나가기에 봄은 이미 가까이에서 서성이고 있음을. 공기가 차가운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에서 문.. 사진 그리고 단상 2009.03.05
고드름이 길게 달렸으니 풍년이구나 고드름이 길게 달렸으니 풍년이구나 어느덧 겨울 한복판,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쌓였다. 산에도, 들에도, 지붕에도. 지붕에 쌓인 눈은 조금씩 녹으면서 고드름을 키우고 있다. 다들 하늘을 향해 높이 자라 키 재기 하는데, 혼자서 땅을 향해 거꾸로 자라는 고드름. 어렸을 때, 아버지는 초가집 처마 끝.. 사진 그리고 단상 2009.01.18
등 5개짜리 교통신호등을 보다 도로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교통신호등은 등이 3개 달린 것과 4개 달린 것입니다. 갈림길이 없는 도로의 횡단보도 위에는 녹색.적색.황색이 켜지는 3개짜리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사거리에는 녹색.적색.황색이 켜지는 등과 좌회전을 표시하는 등으로 구성된 4개짜리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요. 물.. 사진 그리고 단상 2009.01.08
서울하늘 덮은 스모그 토요일(12월 13일) 관악산에 올랐습니다. 하늘이 맑은 데다 쏟아지는 햇볕도 포근했습니다. 사당동에서 출발, 연주대를 거쳐 과천으로 하산하는 코스였지요. 연주대 근처에 거의 다 가서 뒤돌아보니, 우리의 자랑스러운 도시 서울이 한눈에 펼쳐져보였습니다. 그런데... 푸른 하늘과 선명하게 경계를 이..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2.14
섬 많은 사람들에게 섬은 동경의 대상이며 낭만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섬이 벗어나고픈 감옥일 수도 있다. 우리 인간들 역시 세상이라는 험한 바다의 한가운데에 저마다 하나의 외로운 섬으로 떠 있는지 모르겠다. 섬을 동경하듯 자신을 사랑하는지, 섬에서 탈출하듯 자신을 버리려는..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0.27
하트 모양 해변 "사랑은 변하는 거야!"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면에 가면 하트 모양의 해변이 있습니다. 공식 명칭으로는 '하누넘 해수욕장'이라고 하는데요, 생김새가 마치 하트 같아서 요즘엔 '하트 해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더군요. '하누넘'은 '산 너머 그 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하네요. 찾아간 때가 썰물 때라 하트..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0.27
벼 벤 그루터기에 돋은 새순 황금빛 가득하던 들녘이 어느덧 텅 비었다. 벼를 일찍 베어낸 논은 모내기를 새로 한 듯 그루터기마다 새순이 다시 돋았다. 이 순들은 낟알을 달지 못한다. 연약한 줄기와 잎은,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면 생기를 잃고 사그라질 것이다. 세상만물이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려면 때를 제대로 만나야 하..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0.17
콩잎단풍에 발걸음을 멈추다 콩잎단풍에 발걸음을 멈추다 한적한 어느 시골마을로 들어서고 있는데...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논마다 두둑에 심어진 콩이 눈에 띕니다. 송곳 꽂을 땅만 있어도 뭔가를 심으시던 부모님과 고향 어르신들을이 생각나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그런데!!! 논두렁뿐만 아니라 도로변에도 콩을 심어놓았..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