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카만 출입하는 시골 다방 10월 10일,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충남 서천군엘 다녀왔습니다. 서천군 한산면 면사무소 근처에서 발견한 정말 아름다운 다방!! 상호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킹카다방'이라니, 일단 멋진 남자가 아니면 출입이 허용될 것 같지가 않군요. 물론 킹카들이 모이는 곳이니 '퀸카'들도 많이 오시겠지..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0.11
밤송이에서 사랑을 느끼다 밤송이에서 사랑을 느끼다 가을은 소슬바람에 익는다. 가을은 성장을 멈춘 풀과 함께 익고, 열매의 무게에 늘어진 나뭇가지에서도 익는다. 가을은 또 농기구를 벼리며 수확을 준비하는 농군의 마음에 안겨서도 익어간다. 밤송이 하나가 꽃망울을 피워내듯 천천히 입을 벌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땅에 ..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0.08
이 많은 나락을 언제 담으려 하나니 이 많은 나락을 언제 담으려 하나니 애써 탈곡한 나락도 잘 말려야 수매(收買)에서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에 볕 좋은 날 아침 일찍 동네 공터를 욕심껏 차지하고 나락을 널었다. 닭을 쫓고 새를 망보며 젓기도 여러 차례, 나락은 햇볕과 바람으로 적당하게 말라가고 있다. 하지만 햇볕은 추분을 지나.. 사진 그리고 단상 2008.10.08
오직 불같은 사랑으로 사과를 얻으라 오직 불같은 사랑으로 사과를 얻으라 먹음직스럽게 익었다고 함부로 탐내지 말라. 이 세상에 저절로 맺혀 영근 것이 어디 있으랴. 사과 한 알에는 햇볕과 수분과 공기가 빚은 조화가 들어 있고, 농부님의 발길과 눈길과 손길과 보이지 않는 정성도 담겼으리니, 탐스러워도 탐하지 말라. 끝내 고운 때깔..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9.11
어머니의 삶은 고춧가루보다 매웠다 어머니의 삶은 고춧가루보다 매웠다 9월의 햇살이 한결 착해졌다.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고 했던가. 어느덧 한 뼘 해도 아쉬워지는 가을, 햇볕은 짧아지고 약해진 힘으로도 릴케가 시 ‘가을날’에서 노래했듯이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여 완성을 재촉하고 있..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9.04
월출산에 달이 떴어요! 달이 뜨는 산 월출산, 전남 영암군의 월출산 위에 달이 떠 있습니다. 평야에 우뚝 솟은 월출산은 높이 809m로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산입니다. 진실을 밝히자면, 이 사진은 추석 한 달 전인 지난 8월 13일에 촬영한 것으로, 보름 이틀 전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달이 완전히 둥근 모습이 아니..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8.16
아파트 게시문 쉬운 말로 써야 아파트 게시문 쉬운 말로 써야 휴가철을 맞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전하는 '안내의 말씀'을 각 동 출입구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안에 붙였다. 안내문을 찬찬히 읽어보니 어려운 말이나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 더러 눈에 띈다. 사진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것처럼 시건(..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8.09
살아서 복날 넘겨 장하다! 살아서 복날 넘겨 장하다! 8일 말복을 끝으로 올해 여름 삼복이 모두 지났다. 이보다 하루 앞인 7일은 입추였으니, 이제 불볕더위도 머지않아 한풀 꺾이게 되리라. 더운 여름 넘기기가 어찌 사람에게만 힘든 일이랴. 견공들 또한 자신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는 주인의 속마음을 헤아리느라 여름이 ..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8.08
벼이삭은 주인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벼이삭은 주인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삼복염천(三伏炎天), 입추는 예니레 뒤에나 오건만 성질 급한 벼이삭이 벌써 꽃을 떨구고 제 몸을 불려 차츰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지. 쌀(米)은 밥상 위에 오를 때까지 손길이 여든여덟 번이나 가야 한다는데, 이제 고..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7.30
나는 왜 백합꽃은 무조건 희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왜 백합꽃은 무조건 희다고 생각했을까 아무리 꽃을 가까이 하는 생활을 못하고 있다지만, 백합꽃을 죄다 흰색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 아니고 무식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가곡 ‘한 송이 흰 백합화’의 철저한 세뇌(洗腦)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노래는 제목은 말할 것 없고 가사도 ‘가시밭의..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