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희가 희망이다
한때, 아니 어쩌면 아주 오랜 세월, 보리가 희망인 적이 있었다.
봄은 긴 해만큼이나 배고픈 날들도 길게 이어지는 넘기 힘든 고개였다.
풋보리를 불살라 입 주위가 까맣도록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여문 보리는 방아 찧어 밥을 짓거나 공판에 내어 돈을 사기도 했으며,
보릿겨를 반죽해 만든 누런 개떡은 요긴한 간식이었다.
그 힘겨운 고개는 보리가 여물어가면서 끝을 보이곤 했던 것이다.
아이들아, 지금 너희들 눈앞에서 보리가 여물어가고 있구나!
보릿고개는 이제 전설이 되었고, 보리도 더 이상은 큰 희망이 아니란다.
하지만 우리 농촌은 여전히 배가 고프고, 한해 한해가 넘기 힘든 고개구나.
그래서 이제는 너희들이 희망이란다.
이 땅의 농업을 사랑하고 농촌을 지켜줄 너희들이 바로 희망이란다!
글 : 몽당연필 / 사진 :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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