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벼 벤 그루터기에 돋은 새순

몽당연필62 2008. 10. 17. 09:57

 

황금빛 가득하던 들녘이 어느덧 텅 비었다.

벼를 일찍 베어낸 논은 모내기를 새로 한 듯 그루터기마다 새순이 다시 돋았다.

이 순들은 낟알을 달지 못한다.

연약한 줄기와 잎은,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면 생기를 잃고 사그라질 것이다.

세상만물이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려면 때를 제대로 만나야 하는 법,

새순들은 늦가을에 돋았기에 아무리 푸르러도 농부의 눈길 밖이다.

하지만 새순이 눈길을 받지 못하고 낟알을 맺지 못한다고 의미마저 없을까.

겨울을 앞두고 돋아난 벼 그루터기 순들은 비록 시운(時運)을 타지는 못했으나,

사람들에게 때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는 매우 시의적절(時宜適切)하다.

하기는 자연에 무의미한 것이 어디 있으랴.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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