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는 음식 더위를 이기는 음식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기력이 쇠해 입맛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입맛이 없을수록 먹는 것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부터 더울 때 먹으며 기를 보하고 활력을 도모했던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번 여름에는 과거의 음식이면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현재의 음..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7.10
호박꽃아 미안하다! 호박꽃아 미안하다! 샛노란 호박꽃이 활짝 피어 땡볕과 싸우고 있다. ‘호박꽃도 꽃이냐’는데, 벌이 날아오고 열매 맺는 걸 보면 분명 꽃이 맞다. 호박은 놀림과 존중을 함께 받으니 좀 헷갈리기도 하겠다. 꽃이 하찮은 것으로 무시당하는 반면, 열매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는 말로 대접..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7.09
섬마을 해당화 전남 신안군 비금면 원평해수욕장 인근 도로변에서 해당화를 발견했습니다. 누가 심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자생한 것인지, 장미만큼 화사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멋이 있는 꽃이었습니다. 해당화는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며 돌봐주는 사람 없어도 스스로 벌레와 싸워 이기고 번식하니 생..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6.26
삐비꽃, 추억과 함께 말라간다 삐비꽃, 추억과 함께 말라간다 산과 들에 삐비꽃이 지천이다. 삐비는 ‘삘기’의 방언으로, 볕이 잘 드는 풀밭이나 밭둑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띠의 어린 순.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삐비는 찔레나 장다리 따위와 더불어 봄철 군입을 아쉬운 대로 달래주곤 했다. 쇠꼴을 베거나 쑥을 캐러 나간 아이가 크..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6.10
보리가 익을 무렵 봄이 끝나가면서 햇살이 까끄라기만큼이나 따갑다. 덩달아 보리는 망종(芒種)을 앞두고 제법 누른빛을 띤다. 매서운 겨울을 이기고 자란 당당함인지 무모함인지, 익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보리. 어려서 이맘때 쯤 마늘종을 뽑던 아버지는 문득 보리 모개를 한 줌 분지르셨다. 풋내 나는 이삭을 마른 ..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5.28
시간을 멈추게 하는 법 시간을 멈추게 하는 법 초여름 풀밭 여기저기에 토끼풀들이 무더기로 진초록 잎을 내고 하얀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봉긋한 토끼풀밭에 누우면, 토끼풀인지 개미인지 바람인지 모를 것들이 살갗을 간질이고, 두 눈엔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가득 들어온다. 문득 어린 시절의 ..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5.27
새 빤쓰 입고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다 딱 40년 전인 1968년 어느 날일 겁니다. 어머니가 장에서 팬티와 러닝셔츠를 사다 4형제에게 입히셨습니다. 그리고 유니폼 같은 그 속옷을 입고 마당에서 기념사진(?)까지 찍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사진을 찍어주신 분은 월남전에 참전했다 돌아와 카메라를 장만한 이웃집 아저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5.10
살아계신 부모님의 산소, 가슴이 아립니다 70대 중반이신 아버지와 60대 후반이신 어머니는 아직 건강하게 생존해 계십니다. 그런데 아래의 사진처럼 두 분의 산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상석에 두 분의 이름까지 새겨서 말입니다. 이른바 '가묘(假墓)'라는, 시신을 묻지 않은 무덤이지요.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형제..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5.09
누가 할머니를 불러냈을까 누가 할머니를 불러냈을까 누가 봄 아니랄까봐, 살구꽃이며 개나리들이 저마다 알아서 피었다. 혹시 봄 못 알아볼까봐, 도랑이며 길섶의 풀들이 서둘러 푸르렀다. 농군들이 밭갈이며 논갈이 때 놓칠세라, 비님마저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놓았다. 꽃향기에 취하고 봄비를 핑계 삼아 게으름 피우면 딱 좋..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3.28
할미꽃 단상 할미꽃 단상 등이 몹시도 굽었던 할머니는 손자들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혼자서는 절대로 깊은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바깥이 춥다, 옷 따습게 입고 나가라.” “넘어져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좀 찬찬히 달리거라.” 할머니는 우리의 잔기침도, 다리를 떠는 버릇도, 밥 먹을 때 쩝.. 사진 그리고 단상 200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