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호박꽃아 미안하다!

몽당연필62 2008. 7. 9. 09:23

 


호박꽃아 미안하다!



샛노란 호박꽃이 활짝 피어 땡볕과 싸우고 있다.

‘호박꽃도 꽃이냐’는데, 벌이 날아오고 열매 맺는 걸 보면 분명 꽃이 맞다.


호박은 놀림과 존중을 함께 받으니 좀 헷갈리기도 하겠다.

꽃이 하찮은 것으로 무시당하는 반면, 열매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는 말로 대접받는다.


문득 호박과 같은 처지의 것들을 떠올려본다.

꼴뚜기 젓갈 맛있게 먹으면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을 뇌까린 적이 있다.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데, 모과의 새콤하고 은은한 향과 차 맛은 정말 일품이다.

복 달라고 머리에 절하고 고기 맛있게 먹으면서도, 지저분하고 게으르며 욕심 많은 사람을 돼지에 빗댄다.


우리는 평소 소중하고 고마운 것들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며 지낸다.

가족, 이웃, 물, 공기, 직장, 건강…들이 그러하다.

먹을거리 또한 마찬가지다.

 

호박아, 꼴뚜기야, 모과야, 돼지야, 미안하구나!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