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할미꽃 단상

몽당연필62 2008. 3. 28. 09:22

 

 

할미꽃 단상


등이 몹시도 굽었던 할머니는 손자들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혼자서는 절대로 깊은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바깥이 춥다, 옷 따습게 입고 나가라.”

“넘어져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좀 찬찬히 달리거라.”

할머니는 우리의 잔기침도, 다리를 떠는 버릇도,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도 근심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올려다보며 살지 말고 내려다보며 살아라.”

우리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바르게 자랐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어른이 되었다.

 

아직 바람이 차건만 양지바른 둔덕에 할미꽃이 피었다.

할머니의 마음처럼, 행여 봄이 길을 잃었을까봐 서둘러 허리 숙여 삭막한 세상을 근심하는가.

 

사진 제공 :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