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게 하는 법
초여름 풀밭 여기저기에 토끼풀들이 무더기로 진초록 잎을 내고 하얀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봉긋한 토끼풀밭에 누우면, 토끼풀인지 개미인지 바람인지 모를 것들이 살갗을 간질이고, 두 눈엔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가득 들어온다.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기다란 꽃줄기를 뜯어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기도 하고 토끼풀들을 헤집어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보기도 한다. 먼 훗날의 안온한 행복보다, 신산한 삶을 반전시킬 당장의 행운을 소원하면서.
그러다 토끼풀꽃 시계를 만들어 손목에 찬다. 모든 추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나는 어느새 삼십여 년 전 소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내 손목의 시계가 그때의 아름답던 시간을 가리킨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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