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벼이삭은 주인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몽당연필62 2008. 7. 30. 15:23

벼이삭은 주인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삼복염천(三伏炎天), 입추는 예니레 뒤에나 오건만 성질 급한 벼이삭이 벌써 꽃을 떨구고 제 몸을 불려 차츰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지.

쌀(米)은 밥상 위에 오를 때까지 손길이 여든여덟 번이나 가야 한다는데,

이제 고개를 주억거리기 시작하는 벼이삭은 주인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마흔일곱 번? 쉰아홉 번? 일흔한 번?


벼이삭은 기억하며 셈을 하고 있으리라.

자신을 찾아주던 발길을, 어루만져주던 손길을, 그윽하게 바라봐주던 눈길을….

 

글 : 몽당연필 / 사진 :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