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이삭은 주인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삼복염천(三伏炎天), 입추는 예니레 뒤에나 오건만 성질 급한 벼이삭이 벌써 꽃을 떨구고 제 몸을 불려 차츰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지.
쌀(米)은 밥상 위에 오를 때까지 손길이 여든여덟 번이나 가야 한다는데,
이제 고개를 주억거리기 시작하는 벼이삭은 주인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마흔일곱 번? 쉰아홉 번? 일흔한 번?
벼이삭은 기억하며 셈을 하고 있으리라.
자신을 찾아주던 발길을, 어루만져주던 손길을, 그윽하게 바라봐주던 눈길을….
글 : 몽당연필 / 사진 :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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