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어머니의 삶은 고춧가루보다 매웠다

몽당연필62 2008. 9. 4. 14:11

어머니의 삶은 고춧가루보다 매웠다

 

 

9월의 햇살이 한결 착해졌다.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고 했던가.

 

어느덧 한 뼘 해도 아쉬워지는 가을,

햇볕은 짧아지고 약해진 힘으로도

릴케가 시 ‘가을날’에서 노래했듯이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여 완성을 재촉하고 있다.


이즈음 시골집에서는 마당이나 길에

멍석을 깔고 고추를 널어 말린다.

고추가 잘 마르면 어머니는 

하나하나 정성껏  꼭지를 따고 빻아서

아들네, 딸네, 그리고 정을 나누고픈

사람들에게 몇 근씩 보낼 것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삶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신산(辛酸)하다.

시골에서 고춧가루가 오거든 잠시라도 생각해볼 일이다.

어머니는 그 고춧가루보다도 훨씬 매운 세상을 살아오셨음을….


글 : 몽당연필 / 사진 : 농민신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