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삶은 고춧가루보다 매웠다
9월의 햇살이 한결 착해졌다.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고 했던가.
어느덧 한 뼘 해도 아쉬워지는 가을,
햇볕은 짧아지고 약해진 힘으로도
릴케가 시 ‘가을날’에서 노래했듯이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여 완성을 재촉하고 있다.
이즈음 시골집에서는 마당이나 길에
멍석을 깔고 고추를 널어 말린다.
고추가 잘 마르면 어머니는
하나하나 정성껏 꼭지를 따고 빻아서
아들네, 딸네, 그리고 정을 나누고픈
사람들에게 몇 근씩 보낼 것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삶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신산(辛酸)하다.
시골에서 고춧가루가 오거든 잠시라도 생각해볼 일이다.
어머니는 그 고춧가루보다도 훨씬 매운 세상을 살아오셨음을….
글 : 몽당연필 / 사진 : 농민신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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