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우(紫金牛)를 위한 변명 자금우(紫金牛)를 위한 변명 미안해. 베란다에 여러 해째 너를 키우며 열매 곱고 오래 간다 아끼면서도 이름은 잘 몰랐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는데 너는 이제껏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백년금이라 했다가, 천냥금 혹은 만.. 사진 그리고 단상 2018.04.12
우리는 얼마나 착한가 우리는 얼마나 착한가 출근하여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데 한 후배가 "이번에 입사 이후 처음으로 작심하고 회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자못 비장하게 말하는 겁니다. "온전하게 내 의지로, 내 삶을 위한 결정이었다"면서요. 아, 얼마나 엄중한 회.. 일터에서 쓰는 글 2018.03.15
담쟁이가 전하는 말 담쟁이가 전하는 말 다른 달보다 짧아서 더욱 소중한 2월의 첫날, 담쟁이덩굴이 벽면에 가득하다. 담쟁이는 말한다. 지금은 숨을 죽이고서 채 녹지 않은 눈을 등에 얹고 있지만, 두어달 뒤면 실핏줄 같은 줄기마다 잎을 내고, 마침내는 무성한 숲보다도 짙게 그늘을 만들어 드리우.. 사진 그리고 단상 2018.02.01
시골집에 노모를 남겨두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으신 어머니를 사십여 일 만에 서울에서 시골 집으로 모셔왔다. 집에 와 보니, 장독대 곁의 수도가 얼어 터지고 보일러도 가동되지 않고, 기술자를 불렀으나 여기저기 인근 동네가 모두 난리통이라 다음날 오겠다기에 별 수 없이 마을회관에서.. 사진 그리고 단상 2018.01.29
눈물의 대봉감 풍년 대봉감이 대풍이어서 가격이 대폭락했다고 난리다. 내 고향 영암은 전국 최대의 대봉감 주산지! 대봉감을 트럭으로 실어다 폐기하는 모습이 뉴스를 탄다. 그리하여 우리집은, 날마다 감으로 배를 채우다시피 하는데도 냉동고에 대봉감 곶감과 말랭이와 홍시가 한가득이다.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17.12.12
소중한 이름과 사연을 간직하는 법 사람 사는 곳 어디엔들 사연 없을까나. 죽녹원 빽빽한 대나무 줄기도 행복하고 아쉬웠던 이들의 사연을 마디마디에 품고 서 있네. 2015년 10월 군대에 간 이는 이제 제대했는지? 애정 양과 병준 군의 사랑은 결실을 보았는지? 은경, 창희, 민정의 우정은 여전한지? 경민, 준우, 옥민,.. 사진 그리고 단상 2017.10.19
암크령, 수크령 그령(암크령) 수크령 암크령, 수크령 길가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는 억센 잡풀로만 알았어. 그런데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그 풀이 바로 너희라고? 고사(故事) 속 노인의 혼이 올무처럼 묶었던 풀이 그령(암크령)인지 수크령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죽어서도 은혜를 갚고 싶었던 간절함이 느.. 사진 그리고 단상 2017.09.11
영암 월출산 육형제봉 '육형제봉'이라... '육남매봉'이 아닌 것으로 미루어 그 부모는 필시 딸을 얻지 못했을 터이다. 어이 육형제! 우악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는 자네들은 막내가 양념딸인 우리 남매 사남일녀가 참으로 부럽겠네그려! /몽당연필/ 사진 그리고 단상 2017.09.04
어머니 전용 좌석 어머니가 종종 자식들 사는 서울에 다녀가십니다. 어머니는 육이오 전쟁 통에 배움의 기회를 잃어 문자를 거의 모르시지요. 아버지가 계실 때는 기차표 끊고 자리 찾아 앉고 하는 것에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 혼자서 표를 끊고 알파벳 섞인 좌석을 찾아 앉으셔야 하.. 사진 그리고 단상 2017.04.21
또 한 살을 더하며 또 한 살을 더하며 사람의 필요가 만든 시간의 경계, 보이지도 않는 그 경계를 넘었는지 나이를 또 한 살 먹었다고 하네들. 오십보다 육십에 더 가까워지기 시작한 오늘 새삼스레 가늠해보니, 힘든 세상 용케 헤쳐온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시대에 살며 온갖 재미 누린 것 같기도 하다. 나무.. 사진 그리고 단상 201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