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어머니 전용 좌석

몽당연필62 2017. 4. 21. 14:28

 

어머니가 종종 자식들 사는 서울에 다녀가십니다. 어머니는 육이오 전쟁 통에 배움의 기회를 잃어 문자를 거의 모르시지요.

아버지가 계실 때는 기차표 끊고 자리 찾아 앉고 하는 것에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 혼자서 표를 끊고 알파벳 섞인 좌석을 찾아 앉으셔야 하니 자식 입장에서는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얼마 전 꾀를 하나 냈답니다. 아예 기차에 어머니 전용 좌석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오늘도 어머니가 올라오십니다. 철도회원인 저는 며칠 전 당연히 어머니 전용 좌석표를 예매했고, 조금 전 출발역 역무원과의 전화통화로 종이 승차권을 발급해 어머니께 전해드렸지요.

어머니는 전용 좌석을 찾아 앉기만 하면 서울까지 문제 없이 올라오시게 됩니다.

이제 어머니께 전용좌석을 알려드려야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양반 가문 광주 이씨니까 2호차에 이씨 자리가 따로 있어요. 그러니 2호차에 가셔서 젊은 사람 아무에게나 이씨석이 어디냐고 물으면 알려줄 거예요."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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