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우(紫金牛)를 위한 변명
미안해.
베란다에 여러 해째 너를 키우며 열매 곱고 오래 간다 아끼면서도 이름은 잘 몰랐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는데 너는 이제껏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백년금이라 했다가, 천냥금 혹은 만냥금이라 했다가, 심지어는 ‘찔구 열매처럼 생긴 것’이라 했다가….
내 무성의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이름들의 사태에서 이제야 제대로 된 네 이름을 알아 나직이 불러본다.
“자금우(천량금)!”
너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부르니, 드디어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고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는구나….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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