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우리는 얼마나 착한가

몽당연필62 2018. 3. 15. 14:03

우리는 얼마나 착한가


출근하여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데 한 후배가 "이번에 입사 이후 처음으로 작심하고 회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자못 비장하게 말하는 겁니다.

"온전하게 내 의지로, 내 삶을 위한 결정이었다"면서요.

아, 얼마나 엄중한 회사의 방침이기에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입사 30년 가까운 후배가 그것을 거부하는 데 비장한 작심을 해야 했냐고요?


회사에서 최근 직원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교육 과정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물론 '권장사항'일 뿐 '의무참여'는 아닌 무상 교육입니다.

그런데 이 후배에게는 그 교육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이 입사 후 최초로 회사 방침에 거부를 한 것이고, 거부에 작심(作心. 마음을 단단히 먹음. 또는 그 마음)이 필요했던 겁니다!


사실 많은 직장인과 국민들이 이 후배와 다르지 않겠지요.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 않아도, 약간의 불편과 손해가 있더라도, 회사와 국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누르고 대의를 따르거나 양보하기 일쑤죠.

회사에 청구할 교통비 영수증 한 장에 벌벌 떨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사적인 외출 한 번에 마음 졸이며, 소심한 저항에 커다란 성취감을 느끼는 우리는, 그렇게 착하고 또한 그렇게 바보같습니다.


요즘...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접하며, 더욱 절감합니다.

아, 우리는 정말 착하게 살고 있구나, 권력을 누리지 못하는 대신 발 뻗고 잘 수 있구나...


/몽당연필/


* 그런데 우산살아,

봄비 기분 좋게 내리는 날 너도 소심하게 저항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