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할 수 없었던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으신 어머니를 사십여 일 만에 서울에서 시골 집으로 모셔왔다.
집에 와 보니, 장독대 곁의 수도가 얼어 터지고 보일러도 가동되지 않고, 기술자를 불렀으나 여기저기 인근 동네가 모두 난리통이라 다음날 오겠다기에 별 수 없이 마을회관에서 밤을 보냈다.
불편한 밤을 보내고 집으로 와 주방에서 주전자에 물을 받아 끓인 다음 물이 안 나오는 수도꼭지들과 변기를 녹이고 있는데 마침 기술자가 와서 보일러도 고칠 수 있었다.
입김이 풀풀 나던 방안에 온기가 도니 노모는 천리 서울 운전하며 되돌아갈 자식 걱정이고, 자식은 슬픔에 잠긴 채 홀로 지내셔야 할 노모 걱정에 이제 출발하겠다는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신사임당의 시 <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이 저절로 떠오르는 시간이다.
慈親鶴髮在臨瀛(자친학발재임영)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身向長安獨去情(신향장안독거정) 외로이 서울로 가는 이 마음
回首北村時一望(회수북촌시일망) 이따금 머리 들어 북촌을 보니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떠 있는 곳 저녁 산만 푸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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