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57)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

몽당연필62 2016. 4. 4. 10:07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

 

과거 상업고등학교는 가난한 수재들이 다니는 학교로 인식됐다고 한다. 영특하지만 대학교에 갈 형편이 아닌 학생이 상고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던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상고만 나와도 높은 수준의 학력이었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연이어 대통령이 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세 분이 상고 출신이었던 사실이 예전 상업고등학교의 위상을 말해준다.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1970년대 후반에는 이미 상업고등학교의 영화가 저물어, 더 이상 가난한 수재들의 학교가 아니었다. 깡촌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평범한 나도 그럭저럭 상고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대개의 동창생들이 그랬듯이 나 또한 졸업 후 취업을 해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니 상업고등학교를 나온 것이 인문계를 거쳐 대학교를 나온 직원보다 유리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우선 주산 덕분에 간단한 계산 등 숫자 감각에서 앞섰고, 부기를 배웠으니 승진시험 과목 중 회계학은 거저먹기나 다름없었다. 옆 직원이 독수리 타법을 구사할 때 컴퓨터 자판을 안 보고 칠 수 있었던 것은 타자를 쳤던 결과다.

 

상고 출신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때는 아무래도 한 위대한 선배의 후광 덕분에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 상고 출신이라는 찬사를 받을 때였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