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보다 ‘지혜’의 힘을 믿는다
바다와 접한 고향마을에 밀물 때나 썰물 때 물살이 소용돌이치며 급하게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어려서 그 개울을 헤엄쳐 건너보곤 했는데,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헤엄을 치면 목표지점으로부터 좀 멀어지기는 해도 건너는데 큰 힘이 들지 않았으나, 물살을 똑바로 가로질러 헤엄을 치면 엄청난 힘이 들 뿐더러 물살에 떠밀려 목표지점에 바로 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물살’이라는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느냐 아니면 그것을 거스르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였다. 세상 대소사의 모든 이치가 그렇다. 대세를 깨닫지 못하고 그것에 반기를 들 때 고통스러워지는 것이다. 어떤 일에 착수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으나, 혹 그것이 잘못되거나 능력 밖으로 치닫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줏대도 자존심도 없이 시류에 편승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면, 그것이 인간으로서 응당 걸어야 할 가치있는 길이라면, 단호하게 ‘물살’과 맞서는 용기와 기백을 발휘해야 할 터이다.
중요한 것은 내 능력과 처지를 무시한 채 무모하고 의미 없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개울을 가로지르면 최단거리가 된다는 지식보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헤엄치면 훨씬 수월하다는 지혜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많다.
/몽당연필/
'100개의 행복계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개의 행복 계단(57)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 (0) | 2016.04.04 |
---|---|
100개의 행복 계단(56)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0) | 2016.04.01 |
100개의 행복 계단(54) 지하철은 나의 독서실 (0) | 2016.03.30 |
100개의 행복 계단(53) ‘촌지’가 뭐예요? (0) | 2016.03.29 |
100개의 행복 계단(52) 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있다! (0) | 2016.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