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은퇴 준비 9] 가족사진 찍기

몽당연필62 2018. 12. 11. 17:03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입학이나 졸업 등을 기념해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대체로 4년마다, 그것도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해에 찍곤 했다. 올해는 내 퇴직을 기념해 최근 사진관을 예약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여름에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지 않았던가.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노라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진행되었던, 하지만 4년씩의 시차가 있기에 확연할 수밖에 없는 변화가 보인다. 나는 갈수록 머리 숱이 줄어든 대신 육중해졌고, 날씬하던 아내는 몹시 후덕해졌다. 어려서부터 어른스러웠던 큰애는 정말 어른이 되었으며, 작은애는 여전히 귀엽지만 소녀티를 벗었다.

이번에 찍을 가족사진은 우리의 어떤 모습을 저장해놓게 될까. 분명한 것은 4년 전보다 우리는 저마다의 분야에서 더 성장했고, 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것이 각자의 표정에 담겨 인화되지 않을까.

사진에 관한 크나큰 아쉬움 하나. 나는 내 자식들을 데리고 이렇게 때맞춰 가족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제대로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이미 아버지가 안 계시니, 양친과 함께 사진 찍을 일도 영원히 없게 되어버렸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