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은퇴 준비 7] 다시 염색을 하다

몽당연필62 2018. 11. 9. 10:42

점차 누그러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모나 복장에 대한 간섭이 심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라도 머리카락을 빡빡 밀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고, 장발을 뒤로 묶어 꽁지머리를 하는 것에도 예술가가 아닌 한 불편한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곱슬머리에 대머리요 그나마 남은 것도 일찍 하얗게 센 터라, 40대 때부터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것이 통일보다도 시급한 소원이었더랬다. 하지만 빡빡이는 언감생심이고, 회사에 선배들 많고 지엄한 임원님들도 계시니 선택은 가발을 쓰거나 염색을 하는 것뿐이었다.

가발 대신 효과 좋은 발모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20년 가까이 머리카락을 꺼멓게 물들이고 다니다 최근 서너 달간은 염색을 하지 않았다. 금세 백발이 성성해져서,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 받는 일도 있었고 슬쩍 노약자석에 앉아 피곤한 다리를 쉬기도 했다. 직장에서 퇴직 앞둔 고참 노릇 하는 맛도 쏠쏠하게 누렸다.

그러나 퇴직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다시 염색을 한다. 지금 직장에서야 고참이지만, 퇴직을 하면 아무래도 어울리는 사람들에 퇴직자가 많을 것이고 나는 그들 중 막내가 되지 않겠는가. 또 하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남은 내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일 터이니, 굳이 흰머리로 나이 든 행색을 할 필요가 없다.

/몽당연필/

염색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