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20년 전으로 돌아간 쌀값, 농민들은 폭발 직전

몽당연필62 2016. 9. 22. 12:25

서울로 온 쌀21일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20년 전으로 돌아간 쌀값, 농민들은 폭발 직전

 

쌀값이 거의 2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했습니다. 정부 통계를 보면 1997~1998년 정부의 2등품 기준 쌀 80수매가격이 131770원이었고 1999년 수매가격이 139020원이었습니다. 1등품도 아닌 2등품 가격이죠. 그런데 2016915일 현재 같은 무게의 산지쌀값이 135544원입니다. 이 가격은 1년 전 915일의 159648원에 비해 무려 24104(15.1%)이나 하락한 것입니다.

이 와중에 4년 연속 풍작이 예고된 가운데 본격적인 쌀 수확기가 돌아왔습니다. 조만간 햅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모닥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쌀 문제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생종 산물벼 가격이 폭락 수준이고, 18일 발표한 정부의 2016년산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역시 1등급 벼 40기준 45000원으로 2015년산 공공비축미보다 7000원 낮게 결정된 데서 그 조짐이 보입니다.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쌀값인건비와 농자재비는 20년 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올랐다. 그러나 쌀값은? <2010 농림수산식품 주요통계 276>

 

더 심각한 것은 창고마다 아직 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점이죠. 7월 말 현재 정부 보유 쌀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재고(80t)2배를 넘는 175t에 이르고,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8월 말 기준 지난해 같은 시점의 149000t보다 6t 많은 209000t을 쟁여두고 있다고 합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것은 쌀이 아니라 강력한 폭발물인지도 모릅니다.

 

과잉물량 최대한 빨리 시장에서 격리해야

농심 폭발은 조짐을 넘어 이미 도화선에 불이 붙여졌는지도 모릅니다. 일부 지역 농민이 나락이 여물어가는 논을 트랙터로 갈아엎기도 했고, 21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쌀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도 열렸지요. 햅쌀이 본격적으로 포함돼 조사되는 105일 기준 통계청 산지쌀값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정부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민만 하며 지켜보고만 있어선 안되겠죠. 점점 타들어가는 도화선의 불을 서둘러 꺼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시급한 것이 쌀 수급 안정을 통한 가격지지 대책일 것입니다.

우선 햅쌀 중 우리 국민의 연간 소비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에 대해 최대한 빨리 시장에서 격리해야하지 않을까요. 2015년산 쌀도 수요 초과량 357000t을 격리했지만 그 시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올해는 쌀 예상 생산량이 집계 되는대로, 아니 그 이전에라도 수요 초과량의 시장격리 방침을 밝힘으로써 시장에 정부의 쌀값지지 의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통 큰 쌀 재고 감축 방안도 추진해야죠. 해외원조는 원조 대상 국가에 쌀을 수출하는 나라와의 관계 정리를 비롯해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대북지원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국민감정상 여의치 않아 입도 뻥긋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북한의 경우 최근 수해가 극심했다니 구호물품 제공이라는 인도적 차원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남한의 쌀과 북한의 옥수수를 맞교환하자는 아이디어도 참고할 만합니다.

 

국정감사에서 양곡정책 면밀히 살펴보길

이밖에 중장기적으로는 묵은쌀 사료화 확대, 가공식품 원료쌀의 국산화율 제고, 지속적인 쌀가공품 개발 독려, 쌀 생산조정제 본격 도입, 수출 확대, 밥쌀용 쌀 수입 중단 검토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소비자들이야 쌀을 싸게 사서 먹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막대한 보관비와 직불금 등 재정 지출은 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입니다.

국회의 역할도 막중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거론하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생산조정제 예산 900억원을 되살려야 할 것입니다. 마침 26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죠. 의원님들은 발등의 불인 쌀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세요. 필요한 경우 정부에 공공비축물량 확대를 요구하거나, 농협에 대한 벼 매입자금 지원을 늘려 수매 여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하시기 바랍니다. 또 쌀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농업정책을 찾아 따끔하게 꾸짖어주시고요.

쌀에서 얻는 수입은 농업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4년 기준 19.8%에 이를 만큼 막대합니다. 축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농업에서 어떤 품목도 쌀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죠. 쌀은 농가의 최대 수입원이기에, 쌀이 흔들리면 농가경제가 흔들리고 나아가 국가경제가 흔들린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 모두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