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농민 여러분을 ‘준공무원’에 임용합니다!

몽당연필62 2016. 10. 7. 13:26

한 일간신문의 10월7일자 사설. 어떤 제도든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겠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이며 정책의 희생자인 농민들을 세금이나 축내는 집단으로 호도해선 안 될 것입니다.

 

농민 여러분을 준공무원에 임용합니다!

 

국내 유수 언론들이 정부가 쌀 대책을 발표한 어제와 오늘에 걸쳐 쌀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군요.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쌀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생산자인 농민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농민은 준공무원이나 다름없다는 글귀가 눈에 번쩍 띄는데요, 이건 결국 농민들이 세금만 축낸다는 비아냥 아닌가요?

 

오늘날 농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개방 때문이죠. 반도체, 자동차, 각종 전자제품 등 공산품 수출을 늘리기 위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참여하고 FTA(자유무역협정)를 마구 확대함으로써 농업을 희생시킨 결과인 것입니다. 게다가 쌀은 국내에 아무리 남아돌아도 해마다 41t 가량을 의무적으로수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업들은 FTA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그 이익 중 일부를 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야에 지원하자는 무역이득공유제는 나 몰라라 하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농어촌 상생기금마저 부지하세월입니다.

 

올해 근로자 최저임금이 월 126만원에 해당하니 연간으로 환산하면 1512만원 정도 되겠군요. 그런데 통계청의 ‘2015 농림어업총조사최종 집계결과에 따르면 농축산물 연간 판매금액이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농가가 67.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1000만원에 못 미치는 농가의 45.2%는 벼 재배 위주의 농가고요.

 

농민을 도둑 보듯이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엄연히 정책의 피해자이기에 정책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비자들도 피 같은 세금을 농촌에 들이붓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쌀을 싼값에 사먹는 만큼 세금을 더 낸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 없을 겁니다. 실제로 우리 국민 한 명이 1년 동안 먹는 쌀(63)은 산지가격으로 겨우 10만원, 소비지가격으로 쳐도 12~13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급 승용차 휘발유 주유 한 번만 안하면 1년 동안 쌀밥을 먹을 수 있죠. 1달이 아니라 무려 1년요!

 

그래도 농민이 준공무원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부럽고 배 아프면 직접 가서 준공무원 생활을 하시라고 권할 수밖에요.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