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농민 허탈하게 하는 침소봉대 추석물가

몽당연필62 2016. 8. 30. 17:04

올해 추석은 915일로 예년보다 빠른 편이어서 명절 대목에 차례 및 선물용 농산물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되풀이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심상찮은 추석 장바구니 물가’ ‘차례상 차리기 부담운운하며 불볕더위 속에서 가꿔온 농작물을 출하하기 위해 준비 중인 농민들을 허탈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일부 농산물의 가격이 다소 오르기는 했지요. 특히 배추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갑절 가까이 올랐는데, 이는 명절 때문이 아니라 여름 동안의 폭염과 가뭄 등 기후의 영향으로 고랭지배추의 작황이 나빠서입니다. 더구나 전체 소비자물가 가중치(10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배추는 1.7에 불과해 스마트폰 이용료(33.9), 담배(국산+수입=7.7), (소주+맥주+막걸리+위스키 등=4.1)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애완동물 관리비(사료+미용+병원=1.8)보다도 작습니다.

 

게다가 농산물이나 식품은 또 대체재가 얼마나 많은지요! 텔레비전을 냉장고로 쓸 수 없고 세탁기를 에어컨으로 쓸 수 없지만, 밥맛이 없으면 라면을 먹고 라면이 질리면 빵을 먹고 배추가 비싸면 열무를 먹고 수박이 너무 크면 참외를 먹을 수 있잖아요. 배춧값이 비싸면 몇 번 만지작거리다 장바구니에 안 집어넣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수성은 외면한 채 소비생활에 별 영향도 없는 배춧값 변동을 두고 전체 추석 물가가 들썩이는 것처럼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해마다 명절 무렵이면 장바구니 물가와 차례상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물론 1인당 4만원 남짓인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기는 할 터이다. 그러나 다른 소비행태에 비하면 이러한 보도는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차례 비용에 대한 인식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죠.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6~7인 기준 25만원 안팎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명절 때면 골프장 예약이 어려울 정도고 공항도 차례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그럼에도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님의 음덕을 기리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안부를 나누는 명절의 의미는 제쳐두고 얼마 되지도 않은 비용을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명절이라야 일년에 추석과 설날 딱 두 번 있는 날이고, 차례상을 전국 모든 가정에서 차리는 것이 아니라 대개 큰집(또는 장남 집안)에서 차리며, 그나마 상당수의 가정에서는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데도, 1인당으로 환산하면 4만원 남짓인 차례상 비용을 두고 그렇게도 떠들어대야 하는 걸까요?

 

올해 추석 차례상에 오르게 될 햅쌀과 과일 등 농산물은 우리 농민들이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여름가뭄을 이기고 생산한 것입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웠잖아요. 농민들의 이러한 노고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농산물 값 비싸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앞으로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이 큰 수입 농산물의 공세가 드세어짐으로써 국산 농축산물의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FTA(자유무역협정)에 떠밀리고 김영란법에 뒤통수 맞은 우리 농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그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무시해서야 되겠습니까. 농민들의 걱정이 기우에 그치고 소비자들도 즐거운 명절을 보내도록 언론과 국민 모두가 인식을 바꿔주면 좋겠습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