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고향세’를 아십니까?

몽당연필62 2016. 8. 2. 17:30

폐교돼 잡초에 묻혀버린 고향마을의 초등학교는 쇠락해가는 우리 농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향세를 아십니까?

 

농촌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고향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전국 시도의회 의장들이 고향세 도입을 촉구한 바 있고, 충북·전북·강원 등 광역지자체들도 고향세 도입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향세법 추진 정책간담회가 열렸는데요, 인구와 경제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고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향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고 합니다.

 

고향세라고 하니까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데 또 무슨 세금을 걷으려고 하느냐 싶으시죠? 그런데 고향세는 강제로 징수하는 세금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기부금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고향세 제도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나라도 있답니다.

 

바로 일본이 2008년 고향세 제도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군요.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는 형태라고 하네요. 기부액은 도입 첫해인 200881억엔으로 출발해 201087억엔, 2012104억엔, 2014389억엔, 20151512억엔(15천억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 고향세를 내면 납세(기부)자에게 소득공제 혜택 말고 다른 것은 없냐고요? 왜 없겠습니까!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일정 비율의 금액에 해당하는 농산물이나 특산품을 보내줍니다. 고향세를 매개로 납세자는 애향의 자부심과 함께 연말정산·농특산물 등의 혜택을 받고, 지자체는 운영경비를 조달해 사업을 전개하며, 해당 지역(고향) 주민들은 농특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삼득입니다.

 

우리도 일본과 같은 방식의 고향세를 도입하자고 하면 저항이 없지 않을 겁니다. 특히 중앙정부가 반대하겠지요. 예를 들어 시골 출신인 제가 애향심이 지극해 10만원을 고향 지자체에 기부할 경우 연말정산 때 중앙정부는 저에게 10만원을 과표에서 차감하거나 일정한 비율로 세액공제를 해줘야 합니다. 기부는 지방정부가 받았지만 근로소득세가 국세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조세 수입이 줄어드는 결과가 되는 것이지요.

 

말이 쉽지, 고향세를 낼(기부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도 미지수입니다. 10만원을 기부했을 때 고향 지자체로부터 5만원어치 농특산물을 받고 연말정산 때 2만원의 세금을 환급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납세자는 결과적으로 3만원이 손해입니다. 순수하게 고향발전에 기여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도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요새 젊은이들은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자체가 없지요.

 

지난해 일본에서는 지방 소멸론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농어촌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몇 안되는 젊은이들마저 죄다 도시로 빠져나가니 머지않아 상당수의 농어촌 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의 고향세는 농어촌의 이러한 절박한 흐름을 바탕으로 탄생하고 정착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농촌 상황도 일본과 다르지 않지요. 지자체의 기초체력(재정)이 약한 데다 농촌이 FTA(자유무역협정)의 희생양이 되어 수입농산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으니 어쩌면 일본보다 훨씬 급박한 상황인지도 모르겠네요. 점차 확산되고 있는 고향세 도입 요구와 논의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우리의 고향인 농촌 소멸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