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멧돼지 등 야생조수 어찌 하오리까!

몽당연필62 2016. 7. 28. 17:22

겨울이 시작되던 2015년 11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한 근린공원 입구에 '야생멧돼지 출몰지역'이라는 경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농민신문 자료사진>

 

 

멧돼지 등 야생조수 어찌 하오리까!

 

까치고라니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는지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상서로운 새? 자연의 일부로서 보호해야 할 귀엽고 연약한 동물? 농사 망치는 고약한 짐승? 사람마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이들에 대한 느낌이 다르겠지요.

 

그런데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이 녀석들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랍니다. 까치와 고라니는 물론이고 멧돼지·오리류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지요. 이들이 논밭을 헤집으면서 일으킨 농작물 피해액은 2015106억원을 비롯해 해마다 100~150억원가량에 이른다고 합니다. 소소한 피해를 신고하지 않는 농민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훨씬 많을 테고요.

 

농민들이 벼, 옥수수, , 고구마 등 각종 농작물과 과실을 지키기 위해 그물망을 치고 폭죽 소리를 녹음해 틀어놓는 등 애써보지만 역부족이죠. 특히 멧돼지의 경우 큰 규모의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 짐승들에게 해롭다는 의미의 유해를 붙여 유해야생조수라고 하겠습니까!

 

야생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숲이 우거져 동물의 서식환경이 좋아진 데다, 높아진 환경보호 의식과 포획 제한으로 개체수가 증가함으로써 먹이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먹이가 부족한 겨울이 되면 서울 등 도시지역에까지 멧돼지가 출몰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고 있고요.

 

하지만 이들 야생조수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유해 야생조수 포획을 위한 피해방지단 활동이 지역별로 각기 달리 전개되고, 야생조수들이 대개 야행성임에도, 총포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밤 10시 이후 야간에는 수렵이 금지된 곳이 대부분이죠.

 

몇 년 전부터 농가가 직접 설치해 이용하던 태양광 전기울타리(목책기)는 올해부터 전기공사업체만이 설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 농가가 임의로 설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또 아무리 유해한 짐승들이라 해도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는 수렵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요.

 

유해야생조수의 서식밀도를 낮추지 않는 한 이들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해마다 되풀이 될 수밖에 없겠죠. 지자체들이 융통성을 발휘해 피해방지단을 전국 동시다발로 운영하고, 정부는 농민들이 전기울타리를 보다 쉽게 설치할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야생조수에 의한 피해는 야생조수를 보호하는 정책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환경부의 피해보상을 위한 예산 확보도 절실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활동영역이 겹칠 경우 보호의 우선순위가 인간에게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