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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기념일 목록에 없는 법정기념일 ‘도농교류의 날’

몽당연필62 2016. 7. 8. 19:37

법정기념일 목록에 없는 법정기념일 도농교류의 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도농교류의 날' 기념행사 모습.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등의 모습이 보인다.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오늘날 우리 농업·농촌이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움은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농촌이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인력을 공급하고 농업이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에 상당부분 양보와 희생도 했지만,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국회의원 지역구 축소, 김영란법 추진, 대기업의 농업 진출 허용 등 일련의 법적·제도적 장치마저 농민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도시민들의 농촌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이유이지요.

 

하지만 휴가 시즌이 되면 인천공항은 입국하고 출국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곤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사람들이 피곤한 몸과 마음에 며칠 동안이나마 휴식을 주고 활력을 되찾는 것이야 권장할 일이지요. 하지만 그 장소가 꼭 외국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은 가운데 초··고 학생들의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 시즌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쯤 많은 사람들이 휴가나 여행 계획을 세우며 들떠 있을 겁니다.

 

이번 방학과 휴가 때는 보다 많은 도시민들이 고향과 농촌을 찾아 심신을 추스르고,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우리 농업·농촌·농산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네요. 물론 농민들도 안락하고 쾌적한 휴가 여건을 만들어 도시민들을 맞아야겠지요.

 

이처럼 도농교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서로를 이해하며 상생하는 데 바탕이 될 법정기념일이 있는데요, ‘도농교류의 날이 바로 그것입니다.

 

도농교류의 날은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도농교류법)’에 의거해 만들어졌지요. 도농 간 소통여건 조성 및 상호교류 정착을 위해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축이 돼 제정했으며, 날짜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의 양력 날짜 77일입니다.

 

실제로 올해 77(목요일)에도 농식품부와 농협, 경제단체 등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도농교류의 날 기념식과 함께 두근두근 농촌여행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농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했답니다.

 

관련 법이 있고, 해당 부처의 장관이 참석해 기념식을 했으며, 유공자들에게 석탑산업훈장을 비롯한 포상도 했으니, 도농교류의 날은 법정기념일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날이 있으며, 더구나 법정기념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도시민과 농민이 몇 명이나 될까요?

 

더 의아한 것은, 도농교류의 날이 법정기념일이라는데 막상 소관 부처인 행장자치부의 법정기념일 목록에 도농교류의 날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업무안내- 장차관직속기관- 국경일·법정기념일- 법정기념일소개를 차례로 클릭하면,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기념일(‘납세자의 날) 47종과 개별법에 규정된 기념일(‘암 예방의 날) 30종의 목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77일 도농교류의 날은 안 보이는 것이지요.

 

법정기념일 보기

http://www.moi.go.kr/frt/sub/a06/b08/nationalHoliday_3/screen.do

 

도농교류의 날이 목록 어딘가에 있는데 제가 못 찾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실수로 누락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정부의 실수라면 이것은 농업에 대한 무관심이고 홀대이며 도시민에 대한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농교류의 날이 올해로 벌써 4회째였으니까요.

 

도농교류의 날이 실수로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게 맞다면 행정자치부는 서둘러 목록을 수정하시기 바랍니다. 수입 농식품의 홍수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농민들이 작은 위안이나마 얻고, 도시민들도 우리 농업·농촌과 떠나온 고향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말입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