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95) 명품에 초연하다

몽당연필62 2016. 6. 10. 08:20

명품에 초연하다

 

우리 가족은 명품을 잘 모른다. 나도, 아내도, 애들도, 명품에 집착하지 않는다. 몸에 걸친 옷이나 손에 든 가방이 명품인 것보다는, 사람 자체가 인격적으로 완성되고 이웃을 배려하며 어울려 살아갈 줄 아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짝퉁에도 관심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 우연히 동네 주민들 사이에 우리집이 명품깨나 즐기는 집으로 인식되는 일이 생겼다. 아내가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가방이 목욕용품 담기에 딱 좋아서 그것을 들고 목욕탕에 갔는데, 가방을 본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아내에 따르면 친분이 있는 몇몇 사람이 가방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이런 것을 목욕가방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니 집에 명품들이 널렸겠다"고 했단다.

 

가방을 선물하신 지인께는 대단히 죄송하나, 우리는 선물을 받을 당시 참 실용적인 것을 받았다며 기분 좋아라 했지 그것이 꽤 값나가는 물건이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명품을 알아보는 사람에게야 그것이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제품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지 어깨에 대충 걸치고 다니기 좋은 목욕가방일 뿐이었다.

 

상황에 따라서 정갈하고 값나가는 물건을 사용해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하는 사람이 옷도 허름하고 꾀죄죄하면 고객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꼭 명품일 필요까지 있을까. 명품을 좋아해서, 타인보다 돋보이고 싶어서, 짝퉁으로라도 치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집은 딱 한 개 있는 명품가방이 목욕가방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