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도 형제자매가 많다
나는 4남1녀 중 둘째다. 위로 형이 있고, 아래로 남동생 둘과 여동생(막내) 하나가 있다. 우리 또래는 형제가 보통 5~6남매쯤 되었으니 5남매는 그리 많은 형제가 아니다. 아내는 3남3녀 중 넷째다. 오빠 두 명과 언니가 있고,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 있다. 그러니 우리 애들에게는 큰아빠, 작은아빠(삼촌), 고모, 이모, 외삼촌이 다 있다.
우리가 자라면서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은 아마도 ‘반공·방첩’ ‘멸공’ 그리고 가족계획 관련 표어들이었을 것이다. 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외침 못지않게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과 같은 말들이 뇌리에 또렷이 각인돼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맬서스(학교에서는 ‘맬더스’라고 했다)의 ‘인구론’을 배우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때문에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식량이 곧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됐고, 1990년을 전후해 결혼하면서는 야만인 또는 매국노로 지탄받지 않기 위해 아이를 둘 넘게 낳으면 안되었다. 셋째 아이부터는 의료보험, 연말정산, 학자금 등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에 무수한 대한의 건아들이 예비군 훈련장과 민방위 교육장에서 ‘붕알’을 깠다.
그런데 이제는 인구가 감소해서 나라가 망하게 생겼단다.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라며 출산을 장려한다. 실제로 내 딸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에게는 ‘외삼촌’이 없다. ‘큰아빠’나 ‘삼촌’ 또는 ‘고모’가 없을 확률도 높다. 큰일을 치러보니 형제간 풍파도 없지 않지만, 그 자체로 얼마나 큰 힘이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지를 알겠다. 내 아이들은 결혼하면 자식을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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