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으로 모신 직장 상사가 있었다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특정인과 보통 이상의 친분을 맺게 되는 경우가 있다. 멘토-멘티의 관계일 수도 있고, 업무 과정에서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긴밀해진 관계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직장 상사 한 분과 가까워져서 그분을 열성으로 모셨는데, 퇴직하신 지 여러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안부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직장의 상하관계였지만, 실제로는 이를 뛰어넘어서 서로를 인정(認定)하는 관계였다고나 할까. 나는 그분의 명석한 두뇌와 업무능력 그리고 부지런함에 매료됐고, 그분은 나의 문재(文才)를 인정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분의 연설문과 기고문부터 주례사, 개인적인 서신, 여러 권의 저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부분에 내 손길이 보태졌다.
내가 그분의 일을 도와드리면서도 늘 즐거웠던 것은, 그분이 내 재능을 빌려 쓰되 전적으로 나를 믿고 맡겼기 때문이다. 그분은 늘 초안이나 최소한 요점을 적어서 나에게 주셨고 나는 그것을 다듬거나 살을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 그 결과물에 대해 언제나 “좋다, 잘했다” 하며 칭찬을 하셨지 단 한 번도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나도 내 자존심을 걸고 더 열심히 할 수밖에.
나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아주 제대로 알겠다. 그분의 일을 하느라 내 일이 시간에 쫓기고 밤잠을 제대로 못 자도 피곤하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이 그분의 마음에 들지 않은 때가 어찌 없었으랴만, 그분의 나에 대한 인정과 칭찬은 나를 춤추는 고래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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