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90) 자식이 연애를 시작했다

몽당연필62 2016. 6. 3. 08:03

자식이 연애를 시작했다

 

딸아이 중 하나가 목하 열애중이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슬쩍 흘리며 엄마아빠의 눈치를 살피더니 우리가 뜻밖으로 대범한 반응을 보이자 오히려 놀라는 듯했다. 요즘 보니 철부지 장난은 아닌 것 같고, 남자친구를 우리한테 인사시키고 싶어 할 만큼 제법 진지하다. 20대 중반의 빛나는 청춘이 연애를 하는 것이야 당연지사 아닌가.

 

아내는 딸의 남자친구가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언제 자리를 한번 만들어서 만나보자는 것이다. 물론 나도 내 딸의 눈에 콩깍지를 씌운 그녀석이 궁금하기는 하다. 생긴 건 멀쩡한지, 관심 분야는 무엇인지, 성격은 어떤지, 말은 조리있게 하고 의사표현도 야무진지. 그러나 나는 만나보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젊은이의 연애라는 것이 또 언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애들에게 가능하면 많은 남자친구를 사귀고 연애도 많이 해보라고 권했다. 눈앞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닫아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기야 우리 또한 젊은 날을 살아봐서 아는데,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반반이어도 마음에 드는 짝 만나서 알콩달콩 연애하기가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딸의 연애는 좋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고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나는 다만 딸이 연애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귀함에 눈을 뜨되, 세상과 인간을 불신하고 상처받는 일은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나저나 늘 어리게만 여겨지는 딸이 온전하게 제 감정에 충실해서 한 남자를 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대견하면서 신기하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