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89) 어머니께 날마다 전화드린다

몽당연필62 2016. 6. 2. 08:10

어머니께 날마다 전화드린다

 

언젠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고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막상 시골집에 어머니 혼자 지내시게 되는 상황이 닥치자 자식으로서 적응하기가 한동안은 참 힘들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일찍 그리고 허무하게 홀몸이 되시고, 아버지가 해주시거나 아버지와 함께 하던 일을 혼자서 직접 하셔야만 하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지척이라면 언제라도 달려가 뵈련만 어머니가 계신 데는 불원천리(不遠千里) 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니 대신 전화를 자주 드리게 된다. 아버지가 계실 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불안감과 걱정을 해소하는 데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일이 있으면 수시로 전화를 드리지만, 대개는 퇴근해서 지하철역으로 가며 전화를 건다. 내 스마트폰 메인화면에는 시골집과 어머니 휴대폰으로 전화가 바로 걸리는 직통앱이 깔려 있는데, 휴대폰으로 걸면 어머니가 둘째아들인 것을 바로 아시기 때문에 가끔은 집전화로 걸어 장난을 친다. “수양리댁 저녁은 자셨소?” “이매화 여사님 댁이신가요?” 물론 어머니가 아들의 목소리를 모르실 리 없다.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노인회에서 순천만정원에 여행을 다녀왔고 고향마을에 모내기가 한창임을 알게 된다. 유정아재는 여전하시고 남평아짐은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도 듣는다. 더러는 연락 끊긴 불알친구의 소식도 바람결처럼 날아온다. 다른 형제들도 전화에 열심이니, 어머니는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여러 번 하시는 날이 많겠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