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88) 어려서의 물건을 간수하고 있다

몽당연필62 2016. 6. 1. 08:01

어려서의 물건을 간수하고 있다

 

어려서 살았던 시골마을은 집들이 대개 초가지붕에 흙벽이었다. 방에 들어가면 신문지 따위의 남루한 벽지 사이로 흙벽이 드러나 있기도 했고, 상장이나 표창장을 벽에 발라놓기도 했다. 상장의 종이는 두껍고 고급이라 벽지의 넓지 않게 해어진 부위를 임시변통하기에 안성맞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들르는 사람들에게 부모가 자식의 수상(受賞)을 그런 방법으로 은근히 자랑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리집은 자식들이 다섯이나 되고 저마다 상장도 제법 받아왔는데 상장으로 벽을 바르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 때인가 아버지께서 서류뭉치 같은 것을 주셨는데, 그것은 내가 그동안 받았던 상장과 표창장은 물론이고 임명장과 성적표 따위를 고스란히 모아놓은 것이었다!

 

직장생활을 하게 된 이후로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그것에 입사원서와 합격통지서, 임용장 등을 합쳐 보관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는 내가 객지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며 시골의 부모님께 보냈던 편지까지 발견해 보탰다.

 

우리 세대의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내 부모님도 거의 배우지를 못했고 겨우 문자나 깨친 정도였다. 그럼에도 자식들의 소중한 역사를 허실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해주셨으니 얼마나 지혜롭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언젠가 시간이 날 때 내 어린 시절부터의 자료들을 영상으로 정리해 공유할 생각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