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86) 눈물이 많다

몽당연필62 2016. 5. 27. 08:10

눈물이 많다

 

나는 가수다초창기, 이소라가 바람이 분다첫 소절을 불렀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눈물이 왈칵 솟았던 것을 기억한다. 요즘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는 모양인데, 주인공이 했다는 독백(별일 아니라는 말보다, 괜찮을 거라는 말보다, 나랑 똑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백배, 천배, 위로가 된다)을 따라서 되뇌어보자니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눈물은 등 굽은 백발의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다정한 모습에서 핑 돌기도 하고, 스포츠 스타의 투혼과 집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연기가 끝나는 순간 환호성이 아닌 눈물을 쏟아냈다. 이렇듯 일상의 사소한 것으로 인해 때때로 나는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난다.

 

내가 눈물이 잦은 것은 성격이 감상적인 탓일 게다. 그렇다고 대책 없는 울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친상(親喪)을 입었을 때도, 의외로 울음이나 눈물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어려서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많이 받으며 자라 정이 유난했고 아버지의 신산한 삶이 여간 애잔하지 않았음에도 통곡을 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나는 냉혈한인 듯도 싶다.

 

기뻐도, 슬퍼도, 화가 나도 나오는 것이 눈물이다. 특히 감동을 받으면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정서적 눈물은 오직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눈물을 흘리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잠도 잘 온다. 눈물은 수준 높은 인간의 뇌 활동을 의미한다고도 하는데, 그렇다고 눈물 자주 흘릴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 남자에게 눈물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