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85) 한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몽당연필62 2016. 5. 26. 08:23

한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나는 엉덩이가 가볍다. 어려서 공부를 하든 글을 쓰든 진득하지 못했고, 지금도 회사에서 일을 할 때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좀이 쑤셔서 한 자리에 가만있지를 못한다. 뭘 좀 한다 싶으면 곧 싫증이 나버리니, 괜히 어슬렁거리거나 냉장고 뒤져 먹을 것 확보해놓고 뒹굴다가 늘 막판에 바쁜데, 이건 살아가는데 장점인지 단점인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에게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방랑벽도 있었던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 무장공비와 간첩이 득시글거릴 것 같은 산속을 겁 없이 혼자 돌아다녔고, 여행을 가면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의 낯선 거리를 즐겨 헤맸다. 직장에서 지방 출장은 또 얼마나 빡세게 다녔는지!

 

이러한 습성 때문인지 회사에서도 한 부서에 오래 눌러있지 못하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좋게 포장하면 요직을 두루 거친 것이고, 사실대로 밝히자면 이리 저리 떠밀려 다닌 것이다. 그 결과 여러 사무소(영업점)와 많은 부서를 거치며 다양한 업무를 접함으로써, 업무에 전문 분야가 없는 대신 깜깜한 분야 또한 없게 되었다.

 

한 회사에서 은행원, 신문기자, 출판사 직원, 도서관 사서, 월간잡지 편집장을 했고, 가계부와 달력을 기획한 경험이 있으며, 영업과 판촉 업무도 맛봤다. 진득하지 못하고 방랑벽이 있는 데다 모험심까지 넘친 결과 직장생활에 지루할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집 이사를 자주 하지 않았던 것은 나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