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84) 승진이 빠른 편이다

몽당연필62 2016. 5. 25. 08:18

승진이 빠른 편이다

 

직장인들은 직위, 직책, 직급 등 계급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특히 규모가 큰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직급이 주는 의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내가 초급 책임자로 승진할 때는 시험으로 승진자를 선발했다. 이러한 제도는 개인의 업무처리 실적이나 능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청탁 등 인사 관련 뒷거래를 차단하는 장점이 있었다.

 

업무는 못해도 시험 운이 있어서 동기들 가운데 비교적 빨리 초급 책임자로 승진했다. 그리고 다음 직급 승진부터는 시험이 아닌 근무성적 평가 등 인사고과가 적용됐는데, 한 해 물 먹은 것 빼고는 예상했던 때에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첫 승진이 빨랐으니 결과적으로 입사 동기들은 물론 승진 동기들 가운데서도 승진이 빠른 축에 속하게 됐다.

 

솔직하게 말해서 승진 때마다 속으로 우쭐한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직원들이나 거래처 사람들이 나에게 고개를 숙일 때, 그들이 내 능력이나 인격을 흠모해서가 아니라 직급이 깡패이기 때문에고개를 숙이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늘 자만을 경계했다. 그리고 때로는 나이 많은 선배를 부하직원으로 둬야하는 불편도 감내해야 했다.

 

이제 직원으로서 더 이상의 직급 승진은 없다. 굳이 바라본다면 임원 자리가 있겠으나, 임원 승진은 개인의 능력도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또 도 작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남은 것은 그만 집에 가라는 인사명령 뿐이다. 인사 적체로 승진이 더욱 늦어진 또래들과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남은 기간 일 열심히 하다가, 그날이 오면 흔쾌히 보따리를 쌀 것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