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80) 자식들과 붕어빵이다

몽당연필62 2016. 5. 18. 08:00

자식들과 붕어빵이다

 

어려서 어른들로부터 외탁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외가 쪽을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면 어머니를 제법 닮았고 외숙과는 걸음걸이가 비슷한 것 같다. 친가 쪽으로는 일가친척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크지 않은 키에 민머리이며 성격이 꼼꼼한 것은 아버지의 유전자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큰애가 태어나자마자 아내는 나를 쏙 빼닮았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나와 닮은 것 같지가 않았다. 작은애도 갓난아기일 때 이모를 닮았네 고모를 닮았네 분분했지만, 내 눈에는 누구와도 썩 닮아보이지 않았다. 두 아이는 자라면서 체구와 성격이 서로 많이 달라 자매임에도 닮은 구석이 별로 없어보였다.

 

그런데 큰애가 중학교 때 아이의 친구 서너 명을 볼 일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를 보자마자 까르르 웃으며 완전 붕어빵이다!”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못 느꼈지만 큰애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이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작은애는 못된 성질이 아빠랑 똑같단다. 그리고 두 아이는 성인이 되니 이런저런 서로 닮은 부분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부모와 자식이 닮는 것은 흔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어떤 집안은 너무나 닮아서 만일의 경우에도 친자 확인이나 유전자 검사가 필요 없을 정도다. 나를 닮은 분신이 있다는 것, 이 당연한 일이 즐겁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데 큰딸아! 네 다리에 털을 많이 물려줘 제모하느라 스트레스 받게 해서 미안하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