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76) 늘 회사의 배지를 달고 다닌다

몽당연필62 2016. 5. 12. 08:45

늘 회사의 배지를 달고 다닌다

 

내 양복 윗도리 왼쪽 깃에는 늘 회사의 배지가 달려 있다. 출근할 때는 물론이고, 예식장에 가는 등의 일로 휴일에 양복을 입더라도 배지는 떼지 않는다. 처음 입사를 했을 때부터 들인 습관인데, 직원들 중에는 회사에서도 배지를 달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번은 직원의 복무규정에 배지 패용에 관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그러한 조항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배지는 내가 이러이러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임을 알려주는 표식이며, 나는 그것을 달고 다님으로써 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을 것과 직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할 것을 은연중에 다짐하게 된다. 그러니 배지를 달고서 불온한 짓을 할 수 없거니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할 수도 없다.

 

전에 지방의 영업점에 근무할 때 회식 자리나 술집에 가면 배지를 떼어 주머니에 넣는 직원이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배지를 보면 어떤 회사의 직원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더러 있는 데다, 취중에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는 가급적 배지를 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회사를 아끼고 자신을 지키는 마음에서 우러난 것 아니겠는가.

 

이제 배지를 달고 다닐 날도 몇 해 남지 않았다. 물론 부식되거나 망가져 몇 개 바꾸기는 했지만, 수십년 동안 내 옷깃에서 빛나던 배지를 어느날 떼어내게 되었을 때 참 허전할 것이다. 더 이상 배지를 달 수 있는 신분이 아닐 때까지, 아니 배지를 떼어낸 이후에도, 이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고이 간직해야겠지.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