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73) 잘 먹고 잘 잔다

몽당연필62 2016. 5. 9. 08:04

잘 먹고 잘 잔다

 

유난히 입맛이 까다롭고 뭘 먹으면 탈도 잘 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는 입맛이 없어서 뭘 못 먹어본 적이 없다. 과채류와 해산물류를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는 체질적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음식을 고루 맛있게 먹는 편이다.

 

물론 못 먹거나 꺼리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유는 체질에 맞지 않아서 마시면 탈이 나니 바깥활동을 할 때는 마시지 않고, 옻닭과 보신탕은 내키지 않아서 안 먹는다. 이것은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과 기호의 문제일 뿐이다.

 

잠도 잘 잔다. 어려서부터 잠이 많았는데, 아무리 중요한 시험이 있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직원 중에 밤에 잠 못 잔다고 오후 세시만 넘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한밤중에 커피를 벌컥벌컥 마셔도 병든 닭(!)처럼 잠만 잘 든다. 게다가 꿈을 꾸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꿔도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꿈을 꾸다 깨서 잠을 설치는 일도 없다.

 

반찬이 김치 한 가지만 있어도 식사 한 끼 하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고, 멀쩡하게 TV를 보다가도 등짝을 방바닥에 붙이면 잠시 후 코를 고니, 반찬투정이니 불면증이니 하는 말들은 남의 이야기다. 아내도 이 점에 대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동시에 신기해하는 것 같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