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68) 회사가 도심에서 변두리로 이전했다

몽당연필62 2016. 4. 21. 08:07

회사가 도심에서 변두리로 이전했다

 

작년 이맘때 서울 도심에 있던 회사가 변두리로 이전했다. 회사가 도심에 있을 때는 직원들의 출퇴근 거리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서울 동쪽 경기도 하남과 인접한 곳으로 옮겨오니 집과 회사가 가까워진 직원보다 멀어진 직원들이 더 많았다. 그런데 나는 여유 있는 날은 걸어서 집까지 가도 될 만큼 회사가 가까워졌으니 이게 웬 복이란 말인가.

 

26년 동안 도심으로 출근하느라 아침저녁으로 지옥철에 시달려야 했는데, 변두리를 향해 출근하게 되니 널널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여유가 있었다. 빈자리가 널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쩌다 자가용을 이용해도 도로에 차 막히는 일이 없었다. 점심시간이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메뉴를 고민하는 인파가 없으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 보느라 허겁지겁 수저 뜰 일도 없었다.

 

특히 좋은 점은 근처에 야산과 숲이 많아 점심식사 후 산책하기가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 아예 운동화를 갖다놓고 자주 이용한다. 전에는 삭막한 도심 시멘트숲 속에서 계절의 흐름을 알지 못했으나, 이제는 자리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며 꽃 피고 잎 돋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지난 일년 사이 일부 직원은 회사 가까운 데로 이사를 왔다. 물론 거주지와 거래처 소재지, 자녀교육 문제 등에 따라 전보다 큰 불편을 여전히 감내하고 있는 직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회사가 도심에 있었던 때보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