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66) 가족의 소중함 절감했던 주말부부 1년

몽당연필62 2016. 4. 18. 11:16

가족의 소중함 절감했던 주말부부 1

 

우리 회사의 경우 직군에 따라 두 번 정도는 지방근무를 거쳐야 하는 부서가 있다. 인사명령에 따라 근무지 혹은 근무부서를 옮겨야 하는 것이 월급쟁이의 숙명이다. 나는 지방근무를 기피했던 것은 아닌데, 운이 좋았던 것인지 쉰이 넘도록 한 번도 지방근무 명령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쉰두 살 때에야 갑자기 지방근무 명령을 받았다. 이젠 지방근무 나갈 일이 없겠구나 싶은 나이였고 직급이었는데, 조직개편에 따라 지방에 영업부서가 만들어지면서 그곳 책임자로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중늙은이가 다 돼서야 결혼 후 처음으로 주말부부로서 2~3년을 예정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됐다.

 

원룸을 얻어 혼자 생활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가스레인지에 불씨가 일지 않으면 건전지를 갈아줘야 한다는 것,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나 코미디도 가족 없이 혼자 보면 감동도 웃음도 주지 못한다는 것, 내 행복은 아내와 애들에게서 비롯되고 이들과 함께일 때 완성된다는 것.

 

그래도 감사했던 것은 애들이 다 커서 대학생일 때 지방근무를 하게 됐으며, 특히 근무지가 고향과 가까웠던 덕분에 수시로 시골집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필요한 일도 봐드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본사로 복귀하고 4개월여 뒤 아버지께서 쓰러지셨고 이후 회복하지 못한 채 눈을 감으셨으니, 생각해보면 나의 지방근무는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좋은 기억 많이 만들라고 회사가 준 기회였던 모양이다. 주말부부 생활이 본사 복귀 명령으로 1년 만에 끝난 것도 행운이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