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65) 딸만 둘이다

몽당연필62 2016. 4. 15. 08:45

딸만 둘이다

 

나는 위로 형이 있고 아래로 남동생 둘에 이어 여동생이 막내인 41녀의 둘째다. 여동생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 내가 도시로 나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떨어져 살게 되었고, 나이도 여덟 살이나 차이가 나니 나와 여동생은 사실상 세대가 다르다. 그러니 내 머리엔 머슴애 4형제들이 복닥거리던 기억뿐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결혼하면 딸만 둘을, 그것도 쌍둥이로 낳고 싶었다. 마음으로는 세쌍둥이이면 좋겠는데, 당시 산아제한이 워낙 극심해 아이 셋을 낳으면 나라에 큰 불충이라도 저지르는 듯한 분위기라 둘로 만족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윽고 결혼을 해서 아내에게 딸 쌍둥이의 뜻을 밝히니, 노력해보겠다(?)던 아내는 딸을 쌍둥이로는 낳지 못하고 대신 2년 터울로 하나씩 낳았다.

 

그 시절에는 태아의 성 감별과 이로 인한 낙태수술도 많아 우리 역사상 성비가 최악의 불균형을 이뤘다. 내가 딸만 연달아 낳으니 친가에서도 처가에서도 그래도 아들은 있어야.” 하면서 걱정하셨다. 특히 어머니는 어쩔지 모르니 기계(!)는 고장내지 말거라.”라는 당부까지 하셨다.

 

그럼에도 나는 딸 둘로 만족했고, 딸자식뿐인 사실에 추호의 아쉬움이 없다. 아내도 딸만 둘 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자식 키우는 재미를 선사해준 두 딸이 어려서부터 우애가 깊더니, 성인이 되어서는 서로를 더욱 의지하는 듯하다. 역시 딸 둘 낳기를 잘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