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63) 걷기를 좋아한다

몽당연필62 2016. 4. 14. 08:31

걷기를 좋아한다

 

초등학교는 동네에 있었지만, 7거리의 중학교는 자전거로, 4떨어진 고등학교는 걸어서 통학했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어지간한 거리를 걷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서울생활이 시작되면서 걷는 일이 드물어졌다. 거리가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도 있어서였다.

 

몇 년 전 직장의 선배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분이 한 시간 거리나 되는 출퇴근길을 걸어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쉬는 날 가까운 산에 가거나 동네 하천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으로 운동을 했다고 위안 스스로에게 위안하던 내가 평일에도 걷게 된 계기였다.

 

시험삼아 걸어보니, 출근길은 땀 등의 문제로 어려웠지만 퇴근 때 걷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퇴근 때 지하철을 타고 오다 가끔 여유가 있는 날은 다섯 정거장 먼저 내려 집까지 6쯤 되는 길을 걷고, 대부분은 세 정거장 앞에서 내려 3남짓한 하천변 길을 걷게 됐다. 물론 회식 때문에, 비가 내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걷지 못하는 날도 적지 않다.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퇴근하는 하천변 길은 풍광이 괜찮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다니지 않으니 위험하지 않고 공기도 좋다. 한겨울에도 꽁꽁 싸매고 다니면 여름보다 걷기가 오히려 낫다. 그 길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걷고 있다. 걷기가 운동의 으뜸인 게 맞는 모양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