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62) 맞벌이를 안했다

몽당연필62 2016. 4. 11. 08:21

맞벌이를 안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결혼할 때까지 혼자 생활했던 터라 귀갓길 발걸음이 늘 무거웠다. 불이 꺼져 캄캄한 창문이 마음을 우울하게 했고, 연탄불이 사그라져 차갑게 식어버린 방바닥은 몸을 오그라지게 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결혼하면 맞벌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중매로 만난 아내는 혼자 벌어도 식구들 굶기지는 않을 것 같다며 결혼에 동의했고, 전업주부로서 살림을 하면서 두 아이를 무탈하게 길러냈다. 덕분에 나는 퇴근 때마다 환하게 불이 켜지고 따뜻하며 가족의 체온이 느껴지는 집으로 들어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아내가 집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한 때와 필요한 곳에 늘 엄마가 있었다는 점이다.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했고, 학교 급식이나 청소 당번을 했으며, 아이들이 귀가할 때는 늘 따뜻한 음식을 준비해놓고 맞아주곤 했다. 맞벌이를 했다면 경제적으로 더 풍족했을지 모르겠으나, 그만큼 이러한 소소한 일에 신경을 써야 했을 것이고 급식 당번 등에 대신 보낼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동동거려야 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다 자란 지금 아내는 가끔 자신의 생활이 없었다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사노동을 하며 엄마의 위치를 지키는 삶도 돈벌이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말로 위로해주곤 한다. 그리고 아내는 최근 어떤 직종에 관심을 갖고 일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누리기 위한 시도다. 나는 모든 맞벌이를 응원하고, 전업주부를 존경한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