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60) 이사를 몇 번 안했다

몽당연필62 2016. 4. 7. 08:18

이사를 몇 번 안했다

 

이사를 한다는 건 머리 아픈 일이다. 옮겨갈 집을 알아보고, 짐을 꾸리고, 자금을 융통하고, 꾸렸던 짐을 풀어 낯선 공간에 맞춰 재배치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고.

 

이사를 한다는 건 다른 한편으로는 설레는 일이다. 새로운 분위기와 더 좋은 환경을 누리고, 가족과 가정의 성장·발전을 확인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재테크 수단으로 이사를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천성이 게으르고 일 벌이는 것을 싫어해서 결혼 후 이사를 몇 차례 하지 않았다. 신혼살림을 반지하 전셋방에 차렸는데 이듬해 여름 장마철 하수도 역류로 물난리가 나는 바람이 주인이 전세금을 내주며 이사를 하라고 해서 몇 걸음 떨어진 이웃집 1층으로 옮겼고, 여기서 6년을 살다 아파트 4층으로 이사했으며, 또 여기서 6년을 살고 같은 단지의 아파트 7층으로 간 게 전부다. 가정을 꾸리고 산 27년 동안 이사를 딱 3번 한 것이다.

 

이사를 자주 하지 않음으로 해서 어쩌면 나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좋은 기회들을 놓쳤을 수도 있다. 반면 생활이 안정적이었고, 동네에 정을 붙여 소소한 재미들을 누렸으며, 아이들도 전학 한 번 하지 않고 학업을 마쳤다. 이제 퇴직에 즈음해 또 한 번의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남은 생애에도 이사를 자주 할 것 같지는 않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