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44) 가족사진을 찍는다

몽당연필62 2016. 3. 16. 08:20

가족사진을 찍는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그것은 설레임이다. 원숙한 인격과 고상한 품위는 삶의 과정에서 쌓은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또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인생의 종착역인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표시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부모의 별세나 자식의 성장 등 가족관계의 변화에서 나타나고 이마의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 늘어난 뱃살 등 신체의 변화에서 나타나며 직위의 상승과 은퇴 등 사회생활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이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은 바로 사진이 아닐까. 더욱이 가족사진을 정기적으로 찍은 경우라면 가족 모두의 달라져 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큰애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처음으로 사진다운 가족사진을 찍었고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다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뒤 대개 4년 단위로 가족사진을 찍어 왔다. 가장 최근의 가족사진이 작은애가 대학생이 된 해에 찍은 것인데, 이제 학업을 마쳤으니 다시 새로운 가족사진을 찍어야겠다.

 

그런데 가족사진 생각을 하면 두고두고 아쉬운 것이 있다. 사는 게 뭐 그리 황망하다고, 정작 시골의 부모님과 함께 제대로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는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아버지는 이미 와병 중이셨고,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