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42) 대머리도 유리할 때가 있다

몽당연필62 2016. 3. 11. 08:30

대머리도 유리할 때가 있다

 

머리숱이 적다 보니 나이가 들어 보이고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동창회에 나가면 친구 녀석들이 아이구, 형님 나오셨습니까.” 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나이를 밝히면 저보다 연상이신 줄 알았습니다.” 하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꼭 부족한 머리숱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자를 써야하는 경우가 있다. 운동을 하는데 햇볕이 따갑거나, 휴일에 실컷 자고 머리를 감지 않은 채 슈퍼에 다녀오는 경우 등이다. 이때는 또 사람들이 반대로 나를 어리게 본다. 아마 얼굴에 주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대머리인 사람에게는 온통 불편한 것뿐인가?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머리를 감으면 빨리 마르는 장점이 있다. 시간에 쫓길 때 이는 매우 유리한 입장이 된다. 또 안경 낀 거지 없고 대머리 진 거지 없다고 했으니, 대머리에 안경까지 낀 나는 거지가 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한번은 전철에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데 마침 앞자리에 앉은 한 학생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나는 그 학생이 내릴 때가 됐나 보다 하고 무심코 그 자리에 앉았는데, 몇 정거장을 가도록 그 학생은 내리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늙은나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것이다. 요즘은 자연스럽게경로석에 엉덩이를 내려놓기도 한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