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43) 나는 숫자 4가 좋다

몽당연필62 2016. 3. 15. 11:11

나는 숫자 4가 좋다

 

숫자 4를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자인 '죽을 사()'와 발음이 같아서다. 실제로 일부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보면 4층 버튼에 숫자가 아닌 F가 새겨져 있거나 아예 3층에서 5층으로 건너뛰고 있다. 그러다 보니 4층은 물론 ‘4호실이 없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미신이나 징크스 이전에 어감(語感)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나약함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숫자 4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4가 좋다. 현대인의 가정은 4인 가족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고, 식탁이나 책상은 다리가 4개인 것이 가장 안정적이며, 야구의 타자들은 누구나 4번 타자에 4할 타율을 꿈꾸지 않는가. 또 음악은 4박자의 트로트가 가장 흥겹고, 동서남북 4방에 춘하추동 4계절을 기준 삼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전에 살던 집이 아파트 4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났거나 멀리 있을 때 4층은 부담 없이 계단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뭇가지는 우리 4층 베란다 높이까지 자라 눈앞에서 생동하고 있었고, 만약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4층이면 어떤 방법으로든 탈출이 가능하겠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었다.

 

사람이 특정한 숫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숫자에 대한 선호만큼 비과학적이고 주관적인 게 또 있을까.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을 볼 때 눈앞에 드러난 그의 단점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보다, 그의 내면에 감춰진 진면목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해볼 일이다.

 

/몽당연필/